대중음악, 그 묘한 진화

오랜만에 블로그에, 긴 글을 써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이유는 딱히 다른 데 쓸 글도 아닌데다가 누군가에 말하기엔 지루한 기분이 들어서요.

저에게 대중음악이라 하면 초등학교의 기억을 되살려야 그나마 애정을 찾을 수 있을정도. 즉 중학교 이후 대중음악을 좀 싫어한 편입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의 맹목적 아이돌 추종이 무척이라 싫었거든요. 지금도 그런 파슨심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인정의 단계에는 이르렀습니다. 저런 세상도 있다. 또는 저런 애정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열정은 참 부럽구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됐죠.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제가 아이돌 그룹에 대해 반감을 가진건 단지 그 열렬한 파슨심들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무대 그 자체에 대한 뭔가의 위화감. 아마도 그런 이유였을 겁니다. 80년대 가요 무대는 그저 가수 한명에 뒤에 백댄서 한두명, 사실 댄스그룹이라 해도 그렇게 격한 군무를 본 적은 드문 것 같습니다. 소방차가 획기적일 시대였으니. 결국 그 당시 무대에서 중점을 뒀던 건 가사 전달력이었다는 기분이 듭니다. 전문적인 지식같은 건 없는 저라도 그 시절의 무대가 시각보다는 청각에 의존했다는 주장정도는 할 수 있겠죠.

그게 시각쪽으로 옮겨간게 90년대 후반이 아니었을까요. 90년대 초반부터 서서히 가수들의 패션이 회자되고, 따라서 누가 뭘 입고 나왔느냐가 세간에 화제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90년대 초 현진영이 후드티에 헐렁한 힙합바지를 입고 나올 때 초등학생들도 바지로 동네를 쓸고 다녔고, 서태지가 표딱지를 떼지 않은 옷을 입고 모자에 안경을 쓰니 길에는 가격표를 밖에 내 놓은 티를 입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죠. 그 전 세대까지 살아보진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기억에 박남정의 청자켓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말을 없네요. 조금 다른 말 같긴 하지만 어떤 아이콘이 생겨난다는 건 청각 요소만으로는 불가능할겁니다. 절대로 시각적 요소가 큰 역할을 하니까, 아무래도 90년대 초 부터 가요계에 영상이 밀려들어온게 아닐까요.

대중음악이 시각에 편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건 얼마전 인기가요 프로그램에서 g-dragon을 본 다음부터입니다. 전공과목 가운데 영상분석 관련 수업에서 교수님은 대중가요 뮤직비디오 영상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 가르쳐 주셨습니다만, 어디까지나 대중음악의 뮤비는 무대와 달랐습니다. 상징성을 엄청 강조한 뮤비보다는 스토리텔링 위주의 뮤비가 많았지만, 교수님은 뮤비가 상징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수단이라 하시더군요. 아무래도 시간의 문제랄까. 흔히 상징성이 강조된다 하면 현실에서 구현해내지 못할 영상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무대는 그 뮤비들을 무대에서 재현해내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G군 뿐 아니라 브아걸도 매번 무대에 올라 뮤비의 영사을 재현해 내고, 백지영의 무대도 결국 마찬가지였죠. 어떤게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 대중음악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무래도 영상과 음향의 비중이 모호하던 이전 시장과는 달리 최근 시장의 균형은 일정한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입니다. 어디까지나 기분이니 아무리 설명하려 해도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지난 5년 사이의 위화감과는 분명 다른 방식이 최근 1,2년새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조금 걱정되는 건 영상의 비중이 늘어난 만큼 앞으로 청각요소가 덜 중요해지지 않을까 하는 점. 지금까지는 인간이 좋아하는 소리에는 분명 절대치가 있으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틀린 생각이었다는 걸 앞으로 대중음악계가 보여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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