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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햄릿

저번에 나인 다녀온것도 정신이 나가서 넘어갔는데, 인터넷이 한동안 안되서 이번 공연도 그냥 넘어가나 했습니다;
그런데 시즌2라고는 하지만 이번 시즌의 '프리뷰'공연이라 참 애매하네요.

관람일: 2008년 2월 21일
배역: 햄릿-고영빈/ 오필리어-정명은/ 거투르트-김영주/ 클라우디우스-김성기/ 폴로니우스-최병광

햄릿은 공연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음반으로만 처음 접했다. 노래 자체는 좋았고, 햄릿이라는 작품의 내용도 익히 알고 있으니 듣는데 별로 문제가 없을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앨범은 그리 쉽게 감상할 수 없었다. 왜냐면 언어가 체코어니까. OTL

음악에 국적이 없다고 하지만, 뮤지컬까지 적용되는지는 의문이다. 아무래도 가사전달이 안되면 제대로 감상했다고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어권이나 불어권의 뮤지컬은 가사를 모르고 처음 접해도 대략 무슨 내용인지, 인물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디가 주어고 어디가 동사인지 구분이 가서 듣는데 그나마 수월할 것 같다. 하지만 체코어는 생각보다 친숙하지 않다. 이번 태국 여행을 다녀온 후 태국어의 주어 동사를 구분하는게 불가능해서 놀랐는데, 체코어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등장인물들이 뭐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1월에나 접한 앨범이라 당시 햄릿 공연은 말 그대로 가뭄에 내리는 단비였다. 게다가 햄릿 역에 고.영.빈. [쿨럭]
9월에 조지 엠 코헨 투나잇에 등장하여 뒷태를 보이며 걷는 것 만으로 보는 사람을 변태로 만들어 버린 그. OTL
그래서 자금 사정상 프리뷰 공연의 가장 싼 좌석을 질렀다. 그리고, 약간;;; 그러니까 음......그래, 사람은 좀 과감한 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영빈의 가죽바지 바람의 절규는 1층에서 봤어야!!!!!!!!<야.

우선 다른걸 다 제끼고, 난 이 작품의 가사를 드디어 알게 된다는게 기뻤다. 대체 이 계속 반복되는 발음이란 무엇인가.....하던 의문들이 해소되었으니, 좀 속시원하다. 몇몇개는 발음이 참 멋진 것에 비해 별 뜻이 아니라 더 놀랐다. "노스트라세이지 아스" 라는 발음은 대략 한국어로 "두려워 마"로 번역되어 있었는데, 그럼 저 말이 "돈 비 어프레이드"란 말인가. 유럽어권은 방언인줄 알았는데 이건 좀 놀랍다. 게다가 "쟈 또 블라젠"이란 발음은 "그는 미쳤어."니까 "히 이즈 크레이지" 나 "히 이즈 인세인" 쯤 될 것 같은데, 그럼 "쟈"가 "그" 고 "또"가 주동사고 "블라젠"이 "미친" 이 된다는 건데;;;;;이거 제법 미친거 치고 발음이 너무 예쁘지 않은가. 그리고 체코어로 "사랑"에 해당하는 말이 "라스카"라는것도 알게 되었다.

언어는 대략 이정도로 몇 단어를 알게 되 뿌듯했다. 문제는, 내가 체코어를 몰라도 원작의 가사가 이 노래에 참 잘어울린다는 것을 느끼는데 반해, 이번 햄릿 공연의 한국어 가사는 어디까지나 개인마다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고 해도 나로서는 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일단 레지타티보식 음악도 아닌데다가, 무려 락 음악이 전반적 분위기를 받치고 있는데, 너무 대화체라 좀 어색하다. 특히......음........락에는 존댓말이 참 안어울리더라. 이건 어떻게 해결을 봐야 하는지 답이 안선다;; 체코쪽 버젼에서는 무려 아버지가 후반부에 "이예이~~예이~예~~~~"이런 식으로 막 소리를 질러 주시던데, 한국버전에서는 역시 정서상 불가능인듯. 아버지가 딸애한테 "햄릿은 별볼일 없는 애란다 이예이예~~~"이러면 참.....=ㅂ=d
 
그래도 "세스트로[누이]"라는 트랙에서 가사를 대화체로 만들기 보다는 각각의 독백체로 만드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차마 떨치기 어렵다. 후렴구 가사는 소름돋게 좋았는데, 앞부분 가사가 참;;;; 가사 때문인지 뒤에 레어티즈가 너무 절절하게 동생을 불러대서인지, 오필리어가 땅속에 뭍힐 때 안으로 들어가서 까지 동생을 안고 있어서인지, 아무튼, 다른것 보다 이 두 남매는 정말 그냥 순수히 남매인지까지 의심스러웠다;; 무슨 남매가 그리 포옹을 연인스럽게 한다냐;;;;

갑자기 가사에서 인물관계 이야기로 넘어가지만, 햄릿과 오필리어와 레어티즈의 관계는 동생을 아끼는 오라버니가 동생을 해한 암울한 성격의 약혼자에게 복수심을 불태우는 관계보다는 차라리 오필리어를 사이에둔 삼각관계에 가까워 보였다. 오히려 햄릿은 복수심으로 오필리어의 아버지를 죽여버리고도 오필리어가 미쳐서 자살할 때 까지 자기일만 생각하느라 별 관심을 못 쏟는데 반해 레어티즈는 프랑스에 갈 때 부터 아버지의 비보에 돌아올 때 까지 오필리어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 원작도 그래서 할 말은 없다만, 극으로 옮겨놓으니 이정도로 심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아마도 햄릿과 오필리어가 함께 부르는 노래는 미묘하게 지루한 감이 없지 않은데 오필리어와 레어티즈가 함꼐 부르는 노래는 비극적인 느낌이 절절 흘러서 그런가보다. 특히 체코판에 비해 한국어판은 그런 한스러운 감정을 담아내기에 너무 좋기 때문인지, 노래가 너무 슬프고, 아름답다.

이번 프리뷰에서 정말 눈에 들어온 분은 웃기게도 거투르트 왕비님의 김영주씨. 사실 비주얼은 취향이 아닌 분이라 죄송하게도 큰 기대를 안한 분이었는데, 목소리가 너무 취향이었다. 오필리어 역의 정명은씨는 약간 강한 오필리어라 내 머리속의 오필리어와는 갭이 있었는데, 김영주씨는 그냥 목소리가 취향이어서, 이 분의 목소리가 거투르트와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나에게 별로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노래를 불러줘서 감사했다. 특히 햄릿의 연극을 보고 왕이 죽은 사건을 알게 된 후 거울에 둘러쌓여서 혼자 부르는 노래가 최고였다. 등장했을때 부터 참 취향이었는데 이런 노래도 불러주시고....;ㅂ;

그래서 왕비님 짱;ㅂ;/// 이런 파슨한 마음으로 보고있어서 키가 왕비님과 엇비슷한 클라우디우스를 보고 좀.......슬펐다. 우왕;ㅂ; 왕비님;ㅂ; 물론 김성기씨 목소리는 왕 역할을 맡기에 손색이 없었지만, 같이 춤추는걸 보면 뭔가 마음한구석이 짠해진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비주얼하면 역시 고영빈씨. 사심이 많은 나로서는 고영빈씨가 햄릿을 맡아준다니, 황송할 따름이었다. 게다가 열무군도 상체는 뒷태만 보여줬건만, 윗도리 벗고 한 노트를 부르다니, 참..........제작진, 영빈씨 팔아먹으려서 작정했구나. 시작부터 짙은 보라색 코트를 입고 등장하길래 엘리의 토드 비주얼이라 생각했는데, 검은색 가죽바지에 검은색 프릴 달린 블라우스를 입고 공연을 하시는구나...... 등장하시자 마자 "누가 이 남자한테 저런 옷을 입혀놨어!!!"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하지만 고영빈씨가 워낙 웃는 상이라 그런지, 타고난 쇼맨이라 동작이 너무 유쾌해서 그런지, 이 햄릿은 그리 미쳐보이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햄릿 중 그 사춘기 초반스러운 느낌은 잘 표현해 주셨지만, 2부에서 광기가 2%부족한 듯 한 기분이...... 그 점이 조금 안타까웠다. "모두 미쳤어." 넘버나 땅지기가 땅파는 넘버에서는 좀 더 미쳐도 되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무대가 참 아기자기한게 좋았다. 장소도 여러번 변하는데, 그걸 어찌 다 소화하는지 걱정했지만, 3면으로 되 있는 무대가 계속 돌아가면서 공간이 바뀌는게 재미있기 까지 하다. 게다가 엑스트라로 나오시는 분들도 갑자기 덴마크가 강력한 군사국가로 태어났는지, 모두 제복이나 가죽옷 차림이고......춤도 참 마음 졸이게 하는 춤을 춰서 긴장된다.[그러니까, 춤 난이도 상으로.]

그래서 1층에서 다시 보고싶은 마음이 생겼는데, 티켓값도 만만치 않은 이 공연은 불행히도 내가 적용받기 쉬운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가장 구미가 당기는 건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 하는 50%세일이지만, 커플들이 와서 커플이라는 것을 증명할 사진을 제시해야 50%할인을 받을 수 있다...............에라이............오늘부터 솔로부대에 들어야 하나. 가장 좋은 방법은 남친을 하나 사귀거나, 그럴 필요까지도 없이 주변에 남자 하나를 끌고 가서 보는 방법이지만, 나의 또래집단 네트워크상 남자를 구하는건 역시 힘들고, 구해도 같이 가 줄 수 있을리 없으니, 불가능..........나날이 혼자 노는 사람에게 불리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건 분명 시대에 역행함이야;ㅂ;<틀려.

아무튼 재탕 방법을 구상해보자;;;;;;OTL

덧] 다 쓰고 생각났는데, 오필리어가 레어티즈한테 "오빠는 어릴 적 부터 햄릿을 질투했어."라고 말 할 때 너무 경쾌하게 말해줘서 뿜겼다. 그러니까 "오빠는~ 어릴 적 부터 햄릿을 질투했어~^ㅂ^" 이런 기분?

덧2] 햄릿이 죽은 다음 호라시오가 "잘가요, 나의 왕자님"이라고 해서 마지막에 또 뿜었다. 그런건 직역하지좀 마요♥;ㅂ;

by muto | 2008/02/24 00:54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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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美宮 at 2008/02/24 01:56
언니, 오빠한테 부탁을 하는건 어때요? 바쁘시려나;
올해 공연을 하나도 못봐서 슬퍼요;ㅅ;
Commented by muto at 2008/02/26 11:22
후후후. 오라버니는 바쁘기도 하거니와 원체 공연쪽에 관심이 적은지라;;;;
헉....근데 올해 공연을 못보다니;ㅂ; 안타깝다 그거;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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